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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관리는 상태 관리의 문제다

왜 나는 공격적인 투자에도 흔들리지 않는가


자산 관리는 상태 관리의 문제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기술적인 내용보다는 일상에 가까운 내용에 대해서 한번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바로 자산 관리에 대한 이야기이다.

일단 필자는 부자가 아니며, 일확천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투자 비법 같은 것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에 일반적인 직장인으로서 꾸준히 자산을 늘려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오랫동안 고민해왔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물론 이미 사업이나 투자를 통해 큰 돈을 버신 분들이 보시기에는 다소 뻔한 이야기들일 수 있지만, 필자처럼 평범한 조건에서 자산을 관리해나가야 하는 사람에게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해, 필자 나름의 기준을 한번 정리해보려고 한다.

현재 상태를 모르면, 어떤 판단도 할 수 없다

자산 관리를 하면서 필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현재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아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필자는 자산 데이터를 꾸준히 기록해왔다.

처음부터 자산 관리를 잘할 수는 없다. 대부분은 시행착오를 겪고, 그 과정에서 조금씩 기준을 만들어간다. 그런데 지금 내 상태가 어떤지조차 알 수 없다면, 잘하고 있는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필자는 개발자로 일을 시작했던 2018년부터 매월 말 자산 스냅샷을 기록해오고 있다. 이렇게 쌓인 데이터는 지금에 와서는 자산의 변화 과정을 한눈에 보여주지만, 당시에는 오히려 혼란스러울 때도 많았다. 자산이 늘어난 달도 있었고, 예상보다 크게 줄어든 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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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데이터를 쌓아두면 시장에 어떤 이슈가 있을 때 내 자산이 어떻게 변동되는지, 월 자산 성장률은 어떻게 되는지, 5년 전에 비해 내 자산이 얼마나 늘어났는지 등을 한번에 볼 수 있다.

기록을 남기면서 가장 자주 들었던 생각은 “이 방향이 맞는 걸까?”였다. 중요한 것은 자산이 오르거나 내린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때마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이전에 세워둔 판단 기준을 유지할 수 있었는지였다.

지금의 수치는 결과적으로 보이는 숫자일 뿐이다. 필자에게 이 데이터의 진짜 가치는,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도 현재의 선택이 과거의 판단과 얼마나 일관되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 있다. 만약 이런 기록이 없었다면, 필자는 중간 어딘가에서 방향을 잃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필자는 자산 관리에서 데이터를 미래를 예측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지 않는다. 다만 지금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확인하고, 판단의 기준이 흐트러지지 않았는지를 점검하기 위한 용도로 활용할 뿐이다.

정확한 숫자보다, 올바른 추상화가 먼저다

사실 금융이나 자산 관리에서 데이터가 중요하다는 점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그 출발점으로 가장 많이 선택되는 것이 바로 가계부다. 수입과 지출을 기록하면서 내 현금 흐름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일이다.

문제는 이 가계부라는 도구가 생각보다 오래 가지 않는다는 데 있다. 매달 수십, 수백 건에 달하는 소비 내역을 하나하나 분류하고, 어디에 얼마를 썼는지 정확히 맞추려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부담이 된다. 계산이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괜히 신경이 쓰이고, 기록이 밀리기 시작하면 아예 손을 놓게 된다. 필자 역시 이런 과정을 몇 번 반복하다가 가계부를 꾸준히 쓰는 것은 포기했다.

근데 잘 생각해보면 문제를 약간 다르게 볼 수 있다.

um 꼭 정확해야할 필요가 있나...?

문제의 핵심은 기록을 안 한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정확해야 한다는 전제를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였다는 점에 있었던 것 같다. 우리가 개인 자산을 관리하면서 회계 결산이나 세무 신고를 하는 것도 아닌데, 원 단위까지 맞아떨어지는 데이터가 과연 필수적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개인 자산 관리에서 더 중요한 것은 정밀한 숫자가 아니라, 금융이라는 복잡한 현실을 판단 가능한 수준으로 단순화해서 바라볼 수 있는가에 가깝다. 이 점에서 자산 관리는 개발자가 복잡한 시스템을 다루는 방식과 꽤 닮아 있다.

우리는 프로그램을 작성할 때 메모리 주소를 직접 다루지 않는다. 비트 단위의 연산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대신 변수와 타입, 인터페이스 같은 추상화된 개념을 사용한다. 세밀한 제어를 일부 포기하는 대신, 전체 구조를 이해하고 더 나은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자산 관리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고 생각한다. 모든 소비를 정확히 분해하고 분류하다 보면 오히려 판단은 느려지고, 감정이 개입될 여지는 커진다. 반대로 몇 개의 핵심 지표로 구조를 요약해두면, 지금 상태가 위험한지, 유지 가능한지, 혹은 공격적인 선택을 해도 되는지에 대한 판단을 훨씬 빠르게 내릴 수 있다.

결국 자산 관리에서 추상화가 중요한 이유는 귀찮음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판단의 기준을 단순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어디에 1,000원을 더 썼는지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 내가 재정적으로 안전한 상태인지, 현재의 현금 흐름이 지속 가능한 구조인지, 그리고 원하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어떤 선택지를 가지고 있는지다.

필자는 자산 관리가 숫자를 얼마나 정확하게 맞추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기준을 세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기준은 언제나 정밀한 데이터가 아니라, 잘 설계된 추상화 위에서 만들어진다.

자산은 흐름과 상태로 요약할 수 있다

앞서 자산 관리는 정밀도의 문제가 아니라 추상화의 문제라고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개인 자산을 판단 가능한 수준으로 추상화하기 위해서는 어떤 정보들이 필요할까?

이러한 거시적인 판단들을 내리기 위해 필요한 정보는 생각보다 많지 않은데, 크게는 자산의 흐름과 현재 상태 데이터, 이 두 가지만으로 충분하다.

이는 마치 기업의 재무제표에 포함되는 현금 흐름표와 재무 상태표와도 유사하다. 기본적으로는 이 두 가지 표만 봐도 해당 기업이 돈을 어떻게 썼고 어떻게 벌었는지, 현재 재무 상태는 어떠한지와 같은 주요 정보들을 빠르게 이해할 수 있다.

개인의 자산 관리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개인이 기업처럼 복잡한 회계를 할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지금 돈이 어떤 경로로 들어오고 나가는지, 그리고 현재 자산이 어떤 형태로 구성되어 있는지는 알고 있어야 한다.

자산의 흐름은 현금 흐름 데이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번 달에 얼마를 벌었고, 얼마를 썼는지, 그 결과 얼마가 남았는지를 보는 것이다. 이 데이터는 자산 관리의 속도와 방향성을 결정한다. 흐름이 건강하지 않다면 자산은 언젠가 정체되거나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반면 자산의 상태는 스냅샷 데이터로 확인한다. 지금 당장 가용 가능한 현금은 얼마인지, 자산이 어떤 형태로 어디에 묶여 있는지, 부채는 어느 정도인지와 같은 정보들이다. 이 데이터는 현재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리스크의 범위를 보여준다.

중요한 점은 이 두 데이터 모두 아주 정확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개인 자산 관리에서 필요한 것은 숫자의 정밀함이 아니라 구조에 대한 감각이다. 이번 달 지출이 정확히 얼마였는지보다, 대략적인 수입 대비 지출 비율이 어떤지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자산의 현재 가치가 몇 만원 단위까지 맞아떨어지는지보다, 유동성이 높은 자산과 낮은 자산이 어떤 비율로 구성되어 있는지를 아는 것이 더 의미 있다.

이렇게 흐름과 상태를 분리해서 바라보면, 자산 관리가 훨씬 단순해진다. 흐름이 안정적인지, 상태가 과도한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지는 않은지. 이 두 가지 질문에만 답할 수 있어도 대부분의 중요한 의사결정은 가능하다.

필자는 자산 관리를 하면서 더 많은 데이터를 보려고 애쓰기보다는, 이 두 가지 정보를 꾸준히 확인하는 데 집중해왔다. 그 결과 시장 상황이 바뀌어도, 자산의 규모가 커져도, 판단의 기준 자체는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이제부터는 이 두 가지 정보를 각각 어떻게 바라보고 관리하고 있는지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먼저 현금 흐름부터 살펴보자.

현금 흐름: 정밀한 로그가 아닌 비율을 본다

자산의 흐름을 파악한다는 것은, 결국 내가 한 달 동안 얼마를 벌었고 그중 얼마를 남겼는지를 확인하는 일에 가깝다. 흔히 현금 흐름을 관리한다고 하면 가계부를 떠올리지만, 필자는 가계부를 쓰는 방식이 반드시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가계부의 목적은 어디에 얼마를 썼는지를 정확히 기록하는 데 있다기보다는, 내 수입과 지출의 구조를 이해하는 데 있다. 그런데 많은 경우 이 목적과 수단이 뒤바뀐다. 기록 자체가 부담이 되기 시작하면, 흐름을 이해하기는커녕 기록을 유지하는 것조차 어려워진다.

그래서 필자는 현금 흐름을 관리할 때 세부 지출 항목보다는 훨씬 단순한 기준을 사용한다.

대카테고리 중카테고리 카테고리
수입 근로 급여
근로 사업
부채 대출
투자 배당금
매도금
이자
지출 소비 개인소비
고정비 보험
통신비
공과금
주거 집세
관리비

이때 이 카테고리에는 어떤 정답도 없다. 중요한 것은 남들도 이렇게 하니까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데이터를 보고 싶어서 이렇게 나눴는지다.

예를 들어 필자의 경우 수입에서는 근로와 투자를 구분해두었고, 지출에서는 고정비와 주거를 따로 떼어두었다. 불로소득의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소득 대비 주거 비용이 얼마나 되는지를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만약 이런 정보가 필요 없다면, 소비를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어도 전혀 문제 없다.

이렇게 대략적인 흐름만 정리해두어도, 한 달 동안 내가 얼마나 벌었고 그중 얼마를 남겼는지는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

이렇게 캐시 플로우를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정보들을 알 수 있지만 필자가 생각했을 때 가장 중요한 데이터는 바로 이익률, 즉 한 달 수입 중 대략 몇 퍼센트를 남기고 있는지다.

이 하나의 숫자는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수입이 늘고 있는지, 지출이 과도한지, 혹은 현재의 생활 수준이 자산 증가 속도에 비해 과한지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어디에 5만 원을 더 썼는지는 몰라도, 이번 달에 수입의 30%를 남겼는지 50%를 남겼는지는 분명히 알 수 있다.

참고로 2025년 기준 대한민국 가계의 평균 소득 대비 소비 비율은 약 67% 수준이다. 즉, 평균적으로는 소득의 약 3분의 1 정도를 남기고 있다는 의미다. 대출 원금과 이자까지 포함하면 실제로 체감되는 지출 비율은 이보다 더 높다. 이 수치는 절대적인 기준이라기보다는, 내 현금 흐름이 사회 평균 대비 어느 지점에 있는지를 가늠하기 위한 참고선 정도로 보면 된다.

이 수치는 절대적인 기준이라기보다는, 내 현금 흐름이 사회 평균 대비 어느 지점에 있는지를 가늠하기 위한 참고선에 가깝다.

만약 평균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소득의 30% 이상을 남기고 있다면 최소한 구조적으로 크게 무리한 상태는 아닐 가능성이 높다. 물론 개인의 상황에 따라 이 수치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정확한 퍼센트가 아니라, 내 현금 흐름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물론 가계부처럼 지출 내역을 세세하게 분석하는 접근이 의미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지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어디에 돈이 새고 있는지를 아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다. 다만 필자는 지출을 줄이는 것보다, 수입 구조를 개선하는 데 먼저 집중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지출을 줄이는 데에는 명확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월세를 안 낼 수는 없고, 생활비를 완전히 없앨 수도 없다. 아무리 절약해도 도달할 수 있는 최소치는 정해져 있다.

반면 수입은 구조에 따라 얼마든지 확장될 수 있다. 연봉 인상이나 이직, 투자 수익, 배당 소득, 부업처럼 수입의 경로를 하나씩 늘려가는 것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상방이 열려 있다. 이 차이는 단순히 금액의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유지 가능한 전략인지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필자가 현금 흐름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얼마를 썼는가”가 아니라 “얼마를 남겼는가”다. 이익률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면, 자산을 늘릴 수 있는 여지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그리고 이 여지가 바로 다음 단계의 선택, 즉 자산을 어떻게 배분하고 어떤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을지를 결정하는 기반이 된다.

이제 현금 흐름이라는 “속도”에 대한 이야기를 했으니, 다음으로는 자산의 “상태”, 즉 현재 자산이 어떤 형태로 구성되어 있는지를 살펴볼 차례다.

자산 상태: 규모가 아니라 구조를 본다

현금 흐름 데이터가 돈의 수입과 지출이라는 ‘흐름’을 보여준다면, 자산 스냅샷은 말 그대로 현재 상태를 보여주는 데이터다. 필자는 정기적으로 지금 당장 가용 가능한 현금이 얼마인지, 자산이 어떤 형태로 어디에 묶여 있는지를 확인한다. 이때 각 자산의 금액이 정확히 맞아떨어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필자의 경우에는 대략 100만 원 정도의 오차는 충분히 허용 가능한 범위로 보고 있다.

자산 스냅샷을 구성할 때도 현금 흐름과 마찬가지로 중요한 것은 정밀함이 아니라 구조다. 필자가 사용하는 자산 카테고리는 대략 다음과 같다.

대카테고리 중카테고리 카테고리
자산 현금 KRW
USD
예금
주택청약
투자 국내주식
해외주식
부동산
연금
기타 자동차
주택 보증금
부채 단기부채 신용카드
장기부채 대출

이 카테고리 역시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 구분을 통해 어떤 질문에 답하고 싶은지다. 필자의 경우에는 자산의 총액보다도, 즉시 유동화가 가능한 자산과 그렇지 않은 자산이 어떤 비율로 구성되어 있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본다.

같은 금액의 자산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 자산이 어떤 형태로 묶여 있는지에 따라 상황은 전혀 다르게 전개된다. 현금이나 주식처럼 비교적 빠르게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의 비중이 충분하다면, 시장이 흔들릴 때도 선택지가 남아 있다. 반대로 대부분의 자산이 보증금이나 부동산처럼 쉽게 움직일 수 없는 형태로 묶여 있다면, 작은 변동성도 곧바로 압박으로 다가온다. 이 차이가 바로 유동성이 가져다주는 혜택이다.

유동성은 단순히 “얼마나 빨리 팔 수 있는가”의 문제가 아니다. 필자가 느끼기에 유동성은 선택권에 가깝다. 유동성이 충분한 상태에서는 기다릴 수 있고, 상황이 바뀌면 기회를 선택할 수도 있다. 반면 유동성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선택조차 쉽지 않다. 시장의 변동성이 그대로 개인의 심리적 부담으로 전이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자산 스냅샷은 단순히 자산 규모를 확인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현재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리스크의 범위를 가늠하기 위한 도구에 가깝다. 그래서 필자는 자산 스냅샷을 볼 때 특정 자산의 가격 자체보다는, 전체 구조가 지금의 나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고 있지는 않은지를 먼저 확인한다.

그렇다면 자산 상태를 점검할 때 참고할 만한 지표는 무엇일까. 필자가 하나의 참고 지표로 사용하는 것은 월 자산 성장률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 수치를 목표로 삼지 않는다는 것이다. 매달 자산을 몇 퍼센트씩 늘려야 한다는 식의 기준을 세우기보다는, 지금의 방향성이 유지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보조 지표로 활용한다.

작년에 발표된 기획 재정부 뉴스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 가구당 평균 자산 증가율은 약 4.9% 수준이었다고 한다. 이를 단순히 월 단위로 환산하면 대략 0.4% 정도다. 물론 자산은 소득보다 변수의 폭이 훨씬 넓고, 개인 간 편차도 크기 때문에 이 평균값 자체에 큰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 다만 이런 수치를 알고 있으면, 내 자산이 사회 전체의 흐름과 비교했을 때 크게 벗어나고 있는지 정도는 가늠해볼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숫자가 정답이 아니라는 점이다. 월 성장률이 높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상태라고 볼 수도 없고, 낮다고 해서 잘못된 선택을 하고 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중요한 것은 자산이 장기적으로 같은 방향을 유지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가 감당하기 어려운 리스크를 쌓아가고 있지는 않은지다.

필자는 자산 성장에서 속도보다 방향성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단기간에 큰 수익을 내는 것보다, 매달 크지 않은 변화라도 일관된 방향을 유지하는 것이 결국 더 오래 갈 수 있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월 말 현금 흐름과 자산 스냅샷을 함께 정리하면서, 지난달과 비교해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어떤 자산이 구조적으로 부담이 되고 있는지를 점검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으로 이어진다. 지금의 자산 구조는 어느 정도의 변동성을 견딜 수 있는 상태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필자는 안전자산의 비중과 투자 전략을 함께 고민하게 된다.

투자는 수익이 아니라 상태를 바꾸는 선택이다

자산 관리를 어느 정도 해오다 보면, 결국 투자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라는 질문에 도달하게 된다. 더 많은 수익을 얻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지금의 자산 구조가 시간이 지나도 같은 방향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에 가깝다.

많은 경우 투자는 수익률의 문제로 이야기된다. 어떤 종목이 더 오를지, 언제 사고 언제 팔아야 할지, 혹은 어떤 전략이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물론 이런 논의들이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필자가 경험해온 바로는, 이런 이야기들은 모두 하나의 전제가 깔려 있을 때에만 의미를 갖는다.

바로, 그 변동성을 감당할 수 있는 상태인가라는 전제다.

투자는 본질적으로 변동성을 동반한다. 가격은 오를 수도 있고, 예상과 다르게 움직일 수도 있다. 문제는 이 변동성이 누구에게나 같은 의미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같은 10%의 하락이라도 어떤 사람에게는 단순한 숫자의 변화일 수 있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판단을 뒤흔드는 압박으로 작용한다.

이 차이를 만드는 것은 투자 지식이나 종목 선택 능력보다는, 자산 구조와 상태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특히 정기적이고 예측 가능한 현금 흐름이 있는지, 자산이 한쪽으로 과도하게 쏠려 있지는 않은지, 그리고 지금의 생활과 심리 상태가 이 변동성을 견딜 수 있는지와 같은 요소들이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필자는 투자를 이야기할 때, 먼저 “얼마를 벌 수 있는가”보다 “어떤 상태에서 이 선택을 하고 있는가”를 먼저 점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리스크를 얼마나 감수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리스크가 현실적인 생활 압박이나 감정적인 판단으로 이어지지는 않는지 말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투자와 리스크 관리는 서로 분리된 주제가 아니다. 오히려 리스크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투자라는 행위의 성격 자체가 달라진다. 같은 전략이라도 어떤 구조 위에서 실행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는 이 관점에서, 리스크 관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리스크를 흡수하는 데 있어 근로소득과 안전자산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차례대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리스크 관리는 판단을 보호하기 위한 설계다

필자가 생각하는 투자의 기본기는 사실 굉장히 단순하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이다. 이 문장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이 단순한 원칙을 실제로 지키는 것이 생각보다 매우 어렵다는 데 있다.

이게 어려운 이유는 계산이 복잡해서도, 정보가 부족해서도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실패의 원인은 감정이다. 가격이 오를 때는 더 오를 것 같고, 가격이 떨어질 때는 더 떨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머리로는 지금이 싸다고 판단하면서도, 손은 매수 버튼 위에서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특히 하락 구간에서는 이 감정이 더 강하게 작용한다. 가격이 내려간다는 사실보다도, “혹시 내가 틀린 선택을 한 건 아닐까”라는 불안이 먼저 올라온다. 그리고 이 불안은 판단의 기준을 조금씩 흐리게 만든다. 원래 세워두었던 가설이나 조건은 점점 뒷전으로 밀리고, 당장의 가격 움직임이 모든 의사결정을 지배하게 된다.

이 지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투자가 어렵다고 느낀다. 하지만 필자는 이 문제를 투자 기법의 문제라기보다는, 상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내가 이 변동성을 감정적으로 견딜 수 있는 상태인가에 대한 문제다.

리스크 관리는 바로 이 상태를 다루는 일에 가깝다. 필자가 생각하는 리스크 관리는 손실을 피하는 기술이 아니라, 감정이 판단을 덮어버리지 않도록 환경을 설계하는 과정이다. 가격이 흔들려도 당장 결정을 내려야 할 이유가 없는 여유, 판단이 틀렸을 가능성을 인정하더라도 다음 선택을 할 수 있는 시간, 그리고 처음 세워둔 기준을 끝까지 검증해볼 수 있는 심리적 거리감을 확보하는 일이다.

이런 환경이 갖춰져 있을 때에야 비로소 투자의 기본기가 작동하기 시작한다. 가격이 떨어졌을 때 공포가 아니라 근거를 다시 점검할 수 있고, 가격이 올랐을 때도 흥분이 아니라 원래의 가설을 되짚어볼 수 있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판다는 단순한 원칙은, 감정을 통제할 수 있는 구조 위에서만 의미를 갖는다.

그래서 필자는 투자를 이야기할 때 “얼마를 벌 수 있는가”보다 “이 선택을 감당할 수 있는 상태인가”를 먼저 묻는 편이다. 같은 전략이라도 어떤 자산 구조, 어떤 현금 흐름, 어떤 심리적 여유 위에서 실행되느냐에 따라 결과는 전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투자의 본질은 결국 가격을 맞히는 능력이 아니라, 감정이 개입되지 않도록 환경을 설계하는 일에 가깝다. 그리고 이 환경을 실제로 떠받치고 있는 요소들은 생각보다 훨씬 현실적인 것들이다.

이제부터는 이 관점에서, 이러한 리스크 관리 환경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인 근로소득이 투자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그리고 왜 이 요소가 자주 과소평가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근로소득은 가장 안정적인 헷징 레이어다

“월급은 의미 없다”, “근로소득으로는 부자가 될 수 없다”는 말은 투자 이야기를 할 때 거의 상식처럼 소비된다.

특히 시장이 좋았던 시기에는 이런 말이 더 쉽게 퍼졌다. 자산 가격이 빠르게 오르는 구간에서, 매달 고정적으로 들어오는 월급은 느리고 답답해 보인다. 투자 수익과 나란히 놓고 보면 상대적으로 초라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문장은 수익의 관점에서만 부분적으로 맞을 뿐, 리스크의 관점에서는 결정적으로 틀린 말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투자는 수익을 만드는 행위이기 이전에 변동성을 감당하는 행위다.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말은, 같은 크기로 내려갈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 단순한 사실은 시장이 좋을 때는 쉽게 잊힌다. 숫자가 늘어나는 구간에서는 누구나 리스크를 과소평가한다. 문제는 하락이 시작됐을 때다.

이때 사람을 압박하는 것은 손실 그 자체가 아니라, 손실이 생활로 번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다음 달 생활비, 고정비, 예정된 지출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순간부터 투자는 확률과 가설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바뀐다.

여기서 근로소득의 역할이 드러난다. 매달 예측 가능한 현금 흐름이 있다는 사실은 단순한 수입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는 “지금 당장 틀려도 괜찮다”는 시간을 벌어준다. 가격이 더 내려가도, 판단이 조금 늦어져도, 당장 결정을 내려야 할 이유가 사라진다. 이 여유가 없는 상태에서는 싸게 사는 것도, 비싸게 파는 것도 모두 불가능해진다. 근로소득은 자산을 폭발적으로 키워주지는 않지만, 자산이 감정 때문에 무너지는 것을 막아주는 구조를 만든다.

투자 수익만으로 생활을 감당해야 하는 상태에서는 작은 변동성조차 과도한 압박으로 작용한다. 같은 10% 하락이라도, 누군가에게는 “기다릴 수 있는 구간”이고 누군가에게는 “지금 팔아야 하는 위기”가 된다. 이 차이는 종목 선택이나 분석 능력에서 나오지 않는다. 현금 흐름의 안정성에서 나온다. 그래서 근로소득을 “언젠가는 벗어나야 할 것”으로만 바라보는 관점은 위험하다. 그것은 투자를 가능하게 만드는 바닥을 스스로 걷어차는 일에 가깝다.

근로소득은 투자와 경쟁하는 대상이 아니다. 근로소득은 투자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버텨주는 마지막 안전망이다. 시장이 좋을 때는 누구나 공격적인 포지션을 취할 수 있다. 진짜 차이는 시장이 흔들릴 때 드러난다. 그리고 그 순간 끝까지 판단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은, 대부분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가진 사람이다. 월급이 의미 없어 보일 때야말로, 월급의 진짜 가치는 가장 깊이 가려져 있는 시기다.

안전자산은 전략을 가능하게 만드는 버퍼다

사실 이 지점에서 한 가지는 솔직하게 밝혀두는 편이 좋을 것 같다.

필자의 포트폴리오는 결코 보수적이지 않다. 자산의 상당 부분이 TSLA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고, 레버리지 상품인 TSLL이나 NVDA 같은 변동성이 큰 자산도 함께 들고 있다. 변동성만 놓고 보면 누구에게나 추천할 만한 구조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선택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필자가 리스크를 가볍게 보고 있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이 정도의 변동성을 감당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가능한 선택이다.

많은 사람들이 공격적인 투자를 “확신”이나 “배짱”의 문제로 이야기한다. 하지만 필자가 경험한 바로는, 감정적으로 흔들리지 않는 투자자일수록 준비가 훨씬 보수적이다. 현금 흐름이 안정적이고, 안전자산이 충분히 확보되어 있으며, 최악의 경우에도 생활이 흔들리지 않는 상태일 때에야 비로소 변동성을 전략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필자에게 안전자산은 수익을 내기 위한 자산이 아니다. 가격이 오르지 않아도 상관없고, 몇 년간 그대로 있어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이 자산이 존재함으로써 선택지가 생긴다는 점이다. 가격이 내려갔을 때 추가로 매수할 수 있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다릴 수도 있으며, 판단이 틀렸다고 느껴지면 일부를 정리할 여유도 생긴다.

이 여유가 없는 상태에서의 공격적인 투자는 투자라기보다는 도박에 가깝다. 변동성을 견딜 수 없는 구조에서는, 어떤 종목을 사든 결국 감정이 먼저 무너진다. 반대로 안전자산과 안정적인 현금 흐름이 받쳐주는 구조에서는, 변동성은 위기가 아니라 선택의 조건으로 바뀐다.

그래서 필자는 자산 증가 속도를 높이고 싶을수록, 오히려 안전자산의 비중을 더 신경 쓴다. 역설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가장 공격적인 선택은 항상 가장 보수적인 준비 위에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 구조가 유지되는 한, 가격의 등락은 감정을 자극하는 소음이 아니라 판단을 실행할 수 있는 신호에 가깝다.

결국 안전자산의 비중을 관리한다는 것은 위험을 피하겠다는 선언이 아니다. 위험을 감당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겠다는 선택이다. 그리고 이 상태가 유지될 때, 자산 증가는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전략의 문제로 바뀐다.

마치며

자산 관리를 하면서 필자가 점점 확신하게 된 것은, 자산 증식이 어떤 종목을 고르는 능력이나 시장을 예측하는 감각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도 스스로의 판단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는지가 훨씬 중요하다고 느꼈다.

시장은 언제든 흔들릴 수 있고, 가격은 내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 환율도, 금리도, 정치적 이슈도 개인이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다. 이런 환경에서 자산 관리를 “잘한다”는 것은, 외부 변수를 제거하는 일이 아니라 그 영향을 감당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들어두는 일에 가깝다.

그래서 필자는 자산을 볼 때 항상 구조부터 확인한다. 현금 흐름이 안정적인지, 자산이 한쪽으로 과도하게 쏠려 있지는 않은지, 그리고 지금의 내가 이 변동성을 감정적으로 견딜 수 있는 상태인지 말이다. 이 기준이 유지되는 한, 가격의 등락은 불안을 자극하는 요소가 아니라 판단을 점검하는 신호로 바뀐다.

이 글에서 이야기한 현금 흐름, 자산 스냅샷, 리스크 관리, 근로소득, 안전자산 비중은 모두 같은 질문으로 수렴한다.

“지금의 나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 상태인가?”

자산 관리는 단기간에 답이 나오는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아주 작은 차이가 누적되어 큰 차이를 만들어내는 영역에 가깝다. 그래서 더더욱 속도보다 방향성이 중요하고, 방향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감정이 아니라 구조에 의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글이 어떤 투자 전략이나 수익 아이디어를 제공하지는 못했을지도 모른다. 다만 자신의 자산을 바라보는 기준을 한 번쯤 점검해보는 계기가 된다면, 필자에게는 그걸로 충분하다. 적어도 필자는 이런 방식으로, 지금까지의 선택을 이어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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