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성이 명확한 노력으로 나만의 색깔을 가진 사람이 되기
    에세이

    방향성이 명확한 노력으로 나만의 색깔을 가진 사람이 되기


    최근 개인적으로 이런 저런 멘토링을 하며 이력서 리뷰, 모의 면접을 진행하는 등 개발자로써 일을 시작한 지 오래 되지 않으신 분들의 고민을 듣고 궁금한 점들을 물어보며 함께 성장의 방향성에 대해서 논의하는 경험이 점점 잦아지고 있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다보니 이 분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 어느 정도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오늘은 이 패턴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보려고 한다.

    또한 이 패턴은 비단 멘토링 뿐 아니라 면접에서도 자주 보이는 패턴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면접에 대한 팁이 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연차가 어느 정도 되시는 분들은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가 있는 만큼 알잘딱하고 계실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글은 상대적으로 일을 해온 경험이 적은 신입 ~ 2년차 정도의 분들에게 더 도움이 될만한 글이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그러므로 이후의 글에서도 계속 신입 ~ 2년차 분들의 감정과 상황에 맞춰서 이야기를 풀어나갈 예정인데, 매번 신입 ~ 2년차라고 이야기하기에는 손가락도 아프고 번거로우니 이 세그먼트를 “주니어”라고 부르도록 하겠다.

    방향성이 모호한 노력

    필자가 멘토링을 하면서 주니어 개발자 분들에게서 가장 많이 듣는 고민 중 하나는 바로 “성장의 방향성을 못 잡겠다”라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필자의 경험상, 루비콘 멘토링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계신 분들이나 다른 플랫폼을 통해 필자에게 멘토링을 신청하시는 분들은 스스로 성장에 대한 모티베이션을 부여하고 열심히 노력하고 계신 분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 노력의 방향성이 명확하지 않다보니 “이 길이 맞나…?”와 같은 의문이 들게 되고, 열심히 노력을 하면서도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불안감을 지우고 안정성을 찾기 위해 어느 정도 안정성이 보장된 방향, 즉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는 방향으로 노력이라는 리소스를 사용하게 되기가 굉장히 쉽다. 그런 방향 중 대표적인 예는 1일 1커밋, TIL 작성, 클론 코딩 등이 있는데, 실제로 멘토링을 하거나 면접을 보다보면 요즘 정말 많은 주니어 개발자 분들이 이런 활동들을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contributions 깃허브 계정의 잔디는 이 사람이 평소에 얼마나 개발과 관련된 활동을 많이 하는지를 나타내는 데이터이기도 하다

    물론 이렇게 자신의 성장을 위해 뭐라도 하는 것은 아주 좋은 자세이다. 하지만 이렇게 덮어놓고 남들이 많이 하기 때문에, 혹은 부트캠프나 학원에서 취업하려면 해야한다고 해서 일단 해보는 식으로 덤비는 것은 좋지 않을 수도 있다.

    처음 개발을 시작하는 분이라면 단순히 커밋을 매일 한다거나 블로그에 오늘 배운 것을 적는다는 행위만으로도 어느 정도 성장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모른다. 왜냐하면 이 시기는 코딩 자체에 빠르게 익숙해지는 것이 그대로 성장과 이어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이 시기는 꽤나 빠르게 지나간다. 그리고 점점 코딩에 익숙해지면 익숙해질수록 새로 접하는 것보다는 익숙해지는 것이 많아질 것이고, 그때부터는 단순히 코딩을 하는 것만으로는 실력이 늘거나 새로운 지식을 접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 질 것이다.

    결국 어느 순간부터는 이제 더 이상 단순하게 매일 커밋을 하는 것이나 TIL을 적는 것만으로는 예전처럼 성장의 속도가 빨리지지 않는다는 것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그러면 이제 이런 고민을 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려면 이제 뭘 공부해야하지? 이제 어떤 노력을 해야하지?

    이것이 바로 방향성이 모호한 노력을 쏟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이 노력의 양과 방향성, 이 두 가지 모두를 잡을 수 있어야 여러분이 똑같은 노력을 쏟아붓더라도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이윤을 얻을 수 있게 된다.

    노력에 들어가는 비용 생각하기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것을 이루기 위해 들인 노력을 일종의 비용이라고 생각하고, 실제로 비용이 맞기도 하다. 내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것이니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노력, 즉, 내가 최소의 노력을 들여서 최대의 이윤을 얻을 수 있는 방향을 찾고자 한다.

    안타깝지만 세상에 그렇게 정답이 정해진 지름길은 없다. 다만, 스스로 올바른 노력의 방향이 어디일지를 끊임없이 고민하며 내 노력의 효율을 조금씩 높혀볼 수는 있다. 왜냐하면 노력의 효율이 극대화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고, 그 방법이 무엇인지는 본인이 스스로 고민해봐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많은 분들이 이런 고민을 진지하게 해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지지 못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1일 1커밋이나 TIL을 통해 빠른 성장을 경험했던 사람은 그 경험 때문에, 혹은 관성 때문에 “내가 노력이 부족해서 성장을 못 하는 거야”라고 생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 했듯이 잘못된 방향성으로 인해 노력의 효율은 떨어질 수 있으며, 노력의 효율이 떨어진다는 것을 다른 말로 하면 내 노력으로 만들어낸 무언가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볼 수도 있다.

    내 노력으로 만들어낸 무언가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분들을 위해, 크게 두 가지의 시각에서 이 부분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첫 번째는 시장에서의 시각, 그리고 두 번째는 개인의 지속적인 성장에 대한 시각이다.

    시장에서의 시각

    첫 번째. 내가 노력함으로써 얻고자 하는 이익이 가장 빛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예는 바로 채용 시장이다. 그리고 채용 시장은 말 그대로 시장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시장의 요소들이 대부분 적용된다.

    그 중 필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요소는 바로 “인플레이션”이다. 인플레이션의 기본적인 정의는 시장 내에서 어떤 재화가 평범한 것이 되어버리면서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다. 이때 보통은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상황을 많이 이야기하지만, 채용 시장에서는 능력이나 경력의 가치라고 보면 될 것이다.

    이러한 인플레이션의 가장 대표적인 예는 바로 학력이다. 예를 들어 1970년대에 대학을 나온 사람은 어느 정도 인정도 받고 취업에도 꽤나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었지만, 2020년대에는 대학 진학률 자체가 79%에 육박하게 되면서 대학을 졸업하고 학사 학위를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큰 메리트가 되지 않는다는 상황을 생각해보면 된다.

    즉, 우리가 초딩 때부터 고3 수능 때까지 장장 12년의 노력을 들여서 따낸 이 학사 학위는 이제 채용 시장에 나와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치고 있는 것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예전에 비해 학사 학위라는 것이 굉장히 평범한 재화가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평범한 재화가 되었다는 것은 결국 가치가 떨어졌다는 말과 똑같다.

    graduate 2021년 현재는 과거에 비해 대학 졸업자의 비율이 늘어나며,
    대학을 졸업했다는 사실이 내가 특별한 인재라는 것을 나타내는 시대가 아니게 되었다.

    이처럼 남들이 다 가지고 있는 재화는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이 기본적인 시장의 원리이다. 그리고 이 원리는 취업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채용 시장이라는 것은 결국 수요와 공급으로 이루어진, 다른 사람과 경쟁해서 살아야 하는 정글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즉, 이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내가 남들보다 더 일을 잘한다, 내가 남들보다 더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어필하며 “나한테 투자하면 절대 손해보지 않을걸?”이라는 메세지를 우리들의 소비자인 기업들에게 던져야 한다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어떻게 해서든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자격증도 따고 어학 연수도 다녀오고 하는 것이다.

    결국 남들과 차별화된 사람, 가지고 싶은 상품이 되어야 취업 시장에서 유리하다는 것이며, 이는 개발자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그 차별점이 학력이나 자격증이 아니라 프로그래밍 실력과 같은 기준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이다.

    하지만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이 가치가 채용 시장에서 나에게 어떤 무기가 될 지, 혹은 아예 무기가 될 수 없는지는 깊게 생각하지 않고, 그저 다른 사람들이 이미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마치 부모님이 우리에게 대한민국에서 먹고 살려면 무조건 대학은 나와야한다고 말씀하셨던 것처럼 말이다.

    물론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여러분이 들인 12년 동안 노력에 비해 학사 학위라는 것이 그 만큼의 가치를 보장하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학력보다 실력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 IT 업계에서는 더 그렇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1일 1커밋, TIL, 클론 코딩과 같은 활동들은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버린 활동들이며, 심지어 부트캠프 같은 곳에서는 이런 활동들을 해야 취업에 도움이 된다는 가이드까지 주고 있다. 확실히 이력서를 보다보면 예전에 비해 확실히 이런 활동을 하시는 분들이 많다는 것이 체감되기도 한다.

    즉, 이런 활동들은 이제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는 재화가 되었기 때문에, 이제 단순히 이런 활동을 했다는 것만으로는 면접관에게 어떠한 감명을 주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마치 학사 학위처럼 말이다.

    개인의 지속적인 성장에서의 시각

    두 번째. 앞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특별한 목표 없이 수행하는 1일 1커밋, TIL 작성, 클론 코딩 등의 활동이 만들어 주는 성장은 개발을 처음 접한 아주 극초반 뿐이다. 단순히 코딩을 자주 접하는 것만으로 이뤄내는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런 활동들은 꾸준함을 강조하기 때문에 자칫하면 그저 습관처럼 하게 되기가 쉽다. 즉, 내가 이것들을 실천함으로써 배울 수 있는 점은 무엇인지, 내가 왜 이런 것들을 해야 하는 지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말 그대로 그저 “하게만 되기 쉽다는 것”이다.

    이것들을 그저 습관처럼 하게 되는 이유들은 지금까지 꾸준히 해왔다는 관성이나 뭐라도 하지 않으면 뒤쳐질 것이라는 불안감 등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뭐가 되었든 이런 방향성이 모호한 노력을 계속 하는 것으로는 절대 지속적인 성장을 만들어낼 수 없다.

    게다가 만약 이런 활동들의 본래 목적을 잊고 단지 기계처럼 반복하고 있는 상태라면, 하루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의미없는 커밋을 하거나 심지어는 커밋 타임을 변경하는 등 목적보다는 결과 자체에만 몰두하게 되어버릴 위험도 있다. 실제로 이런 상황은 실제로 많은 분들의 1일 1커밋 회고에 등장하는 단골 소재이기도 하다.

    결국 아무리 성장을 원하는 열정과 액션 아이템을 실천할 수 있는 에너지가 모두 있더라도, 명확한 방향성을 스스로 정의하지 못 한다면 오히려 여러분의 에너지가 엉뚱한 곳으로 투자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한다는 건가요?

    자, 그렇다면 뭘 어떻게 해야한다는 걸까? 물론 필자가 이 포스팅에서 모든 상황에 딱딱 들어맞는 정답과 명확한 액션 아이템을 제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적어도 여러분이 한번 각 잡고 지난 행동들을 뒤돌아 보며 고민해볼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 수는 있을 것 같다.

    행위 자체에만 집착하는 것을 경계하자

    행위 자체에 집착한다는 것은 어떤 상황일까? 많은 분들이 노력을 하고 있는 대표적인 활동인 1일 1커밋을 예로 들어보도록 하겠다.

    사실 1일 1커밋이라는 행위가 가지는 의미는 단순히 하루에 한번 이상 커밋을 한다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행위 자체에 집중하게 되면 누군가 여러분에게 “1일 1커밋은 왜 해야하는 거에요?”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꾸준히 뭐라도 하는 게 중요하니까요”와 같은 답변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 했듯이 개발을 처음 접한 극초반 단계를 넘어서게 되면 이런 꾸준함만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만들어내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 만약 여러분이 이 단계에 들어섰다면 이제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봐야 할 차례이다.

    1일 1커밋이 본질적으로 만들어내는 가치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필자는 1일 1커밋이 가지는 본질적인 가치가 바로 “매일 나만의 개발을 놓지않고 꾸준히 하는 것”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즉, 1일 1커밋이라는 단어에서 “커밋”이라는 것이 가지는 의미는 아무 커밋이 아니라, 나만의 토이 프로젝트를 개발하거나 오픈소스에 기여를 하거나 하는 커밋이라는 것이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커밋이라는 것은 결국 무언가를 만들기 위한 과정이다. 하지만 이 커밋이라는 행위 자체에만 집착하게 되면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표는 저 멀리 사라지고 그저 “커밋”만 남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행위 자체에만 집중하게 되면 이 활동이 가져다주는 좋은 이점들을 제대로 취하지 못 하고 에너지를 낭비하게 될 수 있다.

    성실함은 좋은 무기가 아니다

    몇 년전에 모 부트캠프를 수료하신 분과 사적인 자리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던 적이 있다. 이때 필자는 한 가지 특이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분이 수료했던 부트캠프에서는 취업하려면 블로그에 TIL(Today I Learned)라는 글을 작성해야 한다고 가이드했다는 것이다.

    물론 부트캠프는 자원봉사단체가 아니라 기업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리소스로 최대한의 이익을 얻어야 한다. 모든 사람에게 맞춤형 교육을 제공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비용이 너무 많이 드는 일이고, 그렇기 때문에 이런 식의 특정한 커리큘럼이나 가이드를 만들고 그것들에 사람들을 밀어넣는 형태로 운영하게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사실 대부분의 교육업이 이런 식이기는 하다)

    그래서 필자는 그 분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었다.

    “블로그에 TIL을 작성하는 게 왜 취업에 도움이 되는 거에요?”

    왜냐하면 필자는 채용이라는 것에 기업의 규모와 현재 사업 상황, 채용 시장의 인재풀 상태, 기존 조직원들의 여유 리소스 등 굉장히 많은 변수가 작용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떤 특정한 행동을 하는 것이 무조건 취업에 도움이 된다고 하는 입장에는 딱히 공감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그 분은 “성실함을 보여줄 수 있는 데이터가 아닐까요?”라는 답변을 하셨었다.

    솔직히 매일 뭔가를 한 개 이상 새로운 것을 배우고 블로그에 적는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람이 어떻게 매일매일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단 말인가.

    물론 코딩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개발자라면 매일매일 새로운 지식을 접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러분이 코딩이라는 행위에 익숙해지면 익숙해질수록 이런 것들은 점점 사라질 것이다. 여러분이 능동적으로 새로운 지식을 찾아나선다면 이런 패턴을 계속 해서 만들어 낼 수도 있겠지만, 상당히 많은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의 결과가 단지 “성실함”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면, 글쎄…개인적으로 필자는 수지타산이 전혀 맞지 않는 장사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기업은 성실함만으로 사람을 채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은 애초에 금전적인 이윤을 만들어 내기 위한 집단이다. 그러니 당연히 사람을 채용할 때도 투자한 금액보다 더 돈을 많이 벌어다 줄 수 있는 사람을 원하는 것이다. 성실함은 그런 사람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 중 하나가 될 수는 있겠지만, 중요한 팩터는 아니다. 남들 보다 조금 게으르더라도 일 잘 하고 팀을 성장시킬 수 있으며 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이라면 상관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앞서 이야기했듯이 TIL은 이미 여러 부트캠프들이 가이드하고 있는 활동이고 실제로도 많은 주니어 개발자 분들이 하고 있는 활동이기 때문에 이미 인플레이션이 왔고, 이 활동을 꾸준히 했다는 것만으로는 이제 채용 시장에서 그렇게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즉, 여러분이 TIL을 여러분의 무기로 삼고 싶다면 단순히 꾸준함과 성실함 뿐만 아니라 남들과 차별화 될 수 있는 무언가가 더 얹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남들이 잘 공부하지 않는 부분들을 깊게 판다던가, 5년이라는 엄청난 시간동안 하루도 빼먹지 않고 매일 TIL을 적는 미친 성실함을 보여준다던가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차별 요소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이 TIL이라는 것이 주는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한번 고민해봐야 한다.

    TIL은 취업하기 위해서 하는 활동이 아니라 실제로 여러분이 뭔가를 보고 배우고 기록하여 미래의 자신에게 건네주기 위한 아카이브이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TIL을 작성할 때 정돈되지 않은 메모 정도의 글을 적는다. 그리고 이렇게 정돈되지 않은 글을 적어놓았으니 1~2년 뒤에 다시 예전에 적어둔 TIL을 복기하며 공부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이게 바로 TIL이라는 좋은 도구를 좋지 않은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상황이다. 지금까지 TIL이나 1일 1커밋과 같은 행위들을 취업을 위해 하고 있었다면, 이제는 이 활동들을 통해 내가 진짜로 얻을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가치가 나를 어떻게 성장시킬 수 있을 지에 대해서 스스로 고민해보자.

    이런 고민은 그 누구도 여러분을 대신해서 해주지 않으며, 고민에 대한 정답은 어디에서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물론 빠른 시간 안에 답이 나오는 고민은 아니겠지만, 매일매일 조금씩이라도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이 활동이 진정 의미가 있는 것인지 고민해보는 연습을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내재적인 모티베이션을 만들자

    마지막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내재적인 모티베이션을 만들라는 것이다. 이는 앞서 말한 “취업이나 이직을 위한 활동”과도 약간은 이어지는 맥락인데, 이 취업이나 이직이라는 목표가 외부적인 모티베이션의 가장 대표적인 예이기 때문이다.

    만약 취업이나 이직을 위해 매일 1일 1커밋이나 TIL을 꾸준히 했다고 생각해보자.

    현재 개발자 시장은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은 상황이고, 이런 저런 회사의 대표님들은 항상 “주변에 좋은 개발자 없어요?”라는 질문을 뿌리고 다니는 세상이니 분명 언젠가는 취업이나 이직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당연히 채용 과정 중에는 다들 불안해하지만 생각보다 척척 잘 붙는다)

    자, 그러면 여러분은 이제 목표를 이뤘는데, 1일 1커밋이나 TIL을 계속 해야 할까?

    물론 지금까지 해오던 관성이 있기 때문에 계속 이어나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입사 후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코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다 보면 피곤하다는 이유로, 지금은 자기 계발보다는 회사 일에 적응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이유로 쉽게 그만 두게 된다.

    사실 이런 행위들을 그만 두게 되는 이유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여러분이 취업이나 이직이라는 목표를 달성함과 동시에, 1일 1커밋이나 TIL처럼 엄청난 노동력과 성실함이 필요한 작업을 계속 이어가야 하는 모티베이션 자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외부적인 모티베이션의 문제점이다. 외부에서 오는 모티베이션에 의존한 행위는 그 모티베이션의 원천이 사라지는 순간 쉽게 그만 두게 되기 쉽다.

    그렇기 때문에 모티베이션의 원천은 취업이나 이직과 같은 외부 조건이 아니라, 성장이나 흥미와 같은 내재적인 부분에서 비롯되는 것이 훨씬 건강하다.

    물론 이런 내재적인 모티베이션도 번아웃과 같은 내부적 요인 때문에 무너질 수는 있지만, 적어도 목표를 달성하는 순간 내가 달릴 수 있는 원동력이 사라져버리는 상황보다는 훨씬 탄탄한 모티베이션이다.

    사실 이렇게 외부적인 모티베이션이나 내재적인 모티베이션에 대해 깊은 고민을 안 해본 사람이라고 해도, 본능적으로 어떤 것이 더 탄탄한 모티베이션인지는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여러분이 만약 면접관이라면 “왜 TIL을 쓰시는 거에요?”라는 질문에 “취업하기 위해서요”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더 신뢰가 가겠는가, 아니면 “개발하는 것이 재미있어서요”, “제가 성장하기 위해서요”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더 신뢰가 갈 것 같은가?

    전자의 답변같은 경우에는 당연히 “그럼 취업하면 안 하겠다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는 답변이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것이 바로 외부적인 모티베이션이 주는 리스크인 것이다.

    물론 이런 예시와 함께 이야기하면 대부분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지만, 사실 우리는 모두 외부적인 모티베이션에 의존하는 삶에 굉장히 익숙하고,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필자 또한 나이가 점점 들면서 돈이라는 외부적인 모티베이션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집 값 너무 킹받는다…)

    결국 필자가 이 포스팅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외부적인 모티베이션을 완전히 없애라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불가능하기도 하고, 때로는 이러한 모티베이션이 더 뛰어난 모멘텀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현재 의존하고 있는 이 모티베이션이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모티베이션인지, 정말로 나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모티베이션인지에 대한 고찰은 한번 쯤 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치며

    어찌보면 약간은 이상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다. 왜냐하면 현실적으로 취업이나 이직이 당장 급하고 절박한 상황이라면 이런 고민을 해볼 여유를 가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자가 이 포스팅에서 이야기한 내용들은 당연히 여러분의 취업이나 이직에 도움이 되는 것들이다. 여러분의 진정한 적은 “다른 사람들은 열심히 하고 있는데, 나만 이런 고민하느라 시간을 낭비하는 게 아닐까?”, “내가 고민할 시간이 어딨어. 일단 뭐라도 해야지”라고 속삭이는 여러분 마음 속의 불안감이다.

    물론 상대적으로 일을 해온 경험이 부족한 개발자는 채용 시장에서 내세울 수 있는 무기가 그렇기 많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래서 면접에서 조금이라도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알고리즘 문제나 언어에 대한 이해와 같은 펀더멘탈에 집중하거나 1일 1커밋과 같이 당장 내가 실천할 수 있는 활동들에 집중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런 펀더멘탈들을 공부하는 것은 개발자의 기본적인 소양이라고 할 수 있을만큼 중요하기도 하고, 1일 1커밋이나 TIL 같은 활동을 통해 성실함 같은 요소들을 어필할 수도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결과적으로 면접관이 찾는 사람이 단순히 이론에 빠삭하거나 성실하기만 한 사람이 아니라 “뭐가 됐든 일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즉, 여러분은 채용 시장에서 눈에 띄는 인재가 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한 것이고, 이 전략을 만드는 과정에서 “방향성이 명확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뭔가를 시작하기 전에 내가 이 노력을 통해서 뭘 원하는 지, 어떤 모습이 되고 싶은 지를 한번 머릿속에 그려보고 방향성을 수립한 후 실행하는 연습을 꾸준히 하다보면 언젠가는 여러분만의 노하우나 전략을 통해 시장에서 특별함을 뽐낼 수 있는 인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상으로 방향성이 명확한 노력으로 나만의 색깔을 가진 사람이 되기 포스팅을 마친다.

    Evan Moon

    🐢 거북이처럼 살자

    개발을 잘하기 위해서가 아닌 개발을 즐기기 위해 노력하는 개발자입니다. 사소한 생각 정리부터 튜토리얼, 삽질기 정도를 주로 끄적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