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마음 정면으로 마주보기

불안한 마음 정면으로 마주보기


지난 달, 다니고 싶었던 회사의 면접에서 기초 실력 부족으로 시원하게 박살났다. 다행히 면접이 끝난 직후 필자가 대답하지 못했던, 풀어내지 못했던 질문들과 문제를 깃허브에 정리해두었기 때문에 어떤 것을 공부해야하는지 바로 알 수 있었고, 한 달동안 컴퓨터 사이언스의 기초에 대한 내용을 집요하게 파헤쳤다.

대학생 시절 이후로 꺼내보지 않았던, 먼지 쌓인 전공 서적을 다시 펼쳐놓고 정독하기 시작했고, 자바스크립트의 기초 지식을 닥치는대로 구글링하면서 스크랩했다. 사실 작성한 포스팅들의 주제만 봐도 지난 한 달 동안 필자가 공부한 것들이 어떤 주제였는지 대충 보인다.

필자가 프라하에서 지냈던 한 달 동안 5편의 에세이 포스팅과 1편의 기술 포스팅을 작성한 것과 비교해보면 최근 한 달간의 포스팅들은 전부 기술 포스팅이다. 그것도 기초적인 내용들인 힙, JS 프로토타입, 수학으로 알고리즘 문제 풀기, 최근의 TCP 집중 분석까지…

그렇게 한 달동안 미친듯이 컴퓨터 사이언스의 기초를 공부하다가, 오늘 오전에 다른 회사의 면접 기술 과제를 만들기 위해 IDE를 켰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내가 마지막으로 뭘 만들어 본게 언제였지?





지난 한 달동안 필자는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한 적이 없었던 것이다. 만드는 것이 너무 즐거워서 개발자가 되었건만, 정작 한 달동안이나 아무것도 만들지 않고 있었다.

필자의 지난 한 달은 기초에 대한 공부의 연속이었고, 지금까지 놓치고 있었던 것들을 다시 한번 살펴보는 복습의 시간이었다. 하지만 딱히 공부를 하면서 즐겁지는 않았던 것 같다. 아니, 사실 즐겁게 공부하려는 마음도 없었다고 말하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여기까지 생각이 닿고나니 갑자기 현타가 와서 잠시 공부를 접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나는 불안했다

지난 한 달 동안 필자는 현실에 쫓기고 있었다. 프라하에서 다짐했던 여유를 가지며 살자라는 마음은 서울에 도착하고 몇 주가 지나자 온데 간데 없어져버렸다.

사실 이런 불편한 감정의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불안감이다. 이런 불안감은 필자의 일상을 흑백으로 바꿔버렸다. 친구들을 만나면 순간순간은 즐거웠지만, 틈만 나면 빨리 집에 가서 바로 책과 노트북을 피고 공부해야한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냥 딱 봐도 건강한 마음의 상태는 아니다. 물론 겉으로는 아닌 척하고 있지만 속에서부터 곪아가고 있는 상태인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공부를 잠깐 멈추고,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불안해하며 쫓기고 있는 것인지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물론 간만에 면접에서 털려보면서 필자의 약점을 날 것으로 마주하게 되었다는 이유가 크겠지만, 단순히 이것 때문에 이 정도까지 불안한 마음이 생긴다는 것은 조금 이상했다. 솔직히 면접 털려본 것이 한 두번도 아니니 말이다.

그렇게 하루 정도 깊게 고민을 해보고나니 몇 가지 불안 요인이 정리가 되었고, 이후 필자는 이 요인들을 리스트업하고 하나씩 살펴보기 시작했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

어릴 때 부모님이나 어른들이 했던 이야기 중에서 가장 이해되지 않았던 말은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 수는 없다였다. (물론 여기에는 반드시 “공부해라”라는 말이 따라온다)

시간이 지나 군대를 다녀오고 대학교에 복학하면서 당시 어른들이 했던 이 말의 의미를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세상 만사 내 맘대로 되는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니 어느 정도는 마음을 내려놓으라는 가르침이었으리라.

죽어도 공부하기 싫은 날에도 장학금을 위해 밤새워가며 공부를 해야했고, 군대에 가기 싫었지만 국방의 의무 때문에 23개월동안 구르다 왔던 경험을 하고 나니 음, 그 말이 바로 이런 느낌이군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래도 하기 싫은 일을 돈 때문에 억지로 하면서 평생 살고 싶지는 않았기에, 내 인생의 행복을 위해서는 하고 싶은 일을 가장 우선 순위로 높게 잡고 있었고, 다행히도 개발자라는 직업을 가지게 되면서 사회의 일원으로써의 자리와 직장인으로써의 안정적인 수입, 그리고 내가 즐기며 할 수 있는 일까지 거머쥔 덕업일치의 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개발자로 일을 하게되면 행복하기만 할 것이라는 필자의 생각과는 달리 개발자로의 삶은 치열했다. 이제부터는 시험 등수나 장학금을 위한 경쟁이 아닌 진짜 생존을 건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아직 성 차별, 학력 차별 등 여러가지 문제가 산재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2019년의 대한민국은 모든 사람에게 평등한 기회를 주려고 노력하는 사회이고, 그런 기회는 보통 개인의 능력이나 실력으로 거머쥘 수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IT업계의 대표적인 전문직인 개발자는 진짜 실력 하나로 비벼서 먹고 살아가는 실력몰빵주의라고 할 수 있다.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공부를 하면서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트렌드나 패러다임을 따라가야하는 것이다. 그래서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치킨 집을 차리기 전까지는 계속 공부해야한다는 자조섞인 농담을 나누기도 한다.

그래도 필자는 프로그래밍 공부를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재밌고 좋았다. 애초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한 것이기도 하고 공부하면 할수록 내가 만든 어플리케이션이 더 좋은 구조, 좋은 성능을 가질 수 있으니까.

하지만 앞서 이야기 했듯이, 최근 한 달 동안 컴퓨터 사이언스의 기초를 공부하면서 필자는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다.

사실 필자가 즐겁지 않은 공부를 하며 가장 의아했던 부분은 이렇게 기초를 공부하는 과정은 이미 대학생 때 한번 겪었던 경험인데 그때 당시와 지금 느끼는 감정이 너무나도 다르다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똑같은 공부를 해도 하나하나 신기하고 너무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대학생 때는 그렇게 재미있었던 내용들이 왜 지금와서는 재미가 없어진 것일까?

그 이유는 바로 공부의 동기 때문이다. 개발자가 공부로 살아남는 방법 포스팅에서도 한 번 이야기한 적이 있지만, 사실 공부라는 것은 주제의 난이도보다도 건강한 동기 부여가 더 중요하다.

하지만 필자는 현재 자의적으로 컴퓨터 사이언스 기초에 대한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구직 중이라는 외부 상황에 떠밀려서 공부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 쉽게 이야기해보자면, 필자가 원하는 주제를 필요에 따라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당장 하고 싶지 않은데 외부 상황 때문에 억지로 하고 있는 공부인 것이다.



어차피 나중에 공부할건데 엄마가 지금 공부하라고 하면 왠지 더 하기 싫어지는 마음이랄까


사실 공부할 주제를 선택할 때 이걸 공부하면 내가 어떤 점이 더 나아질까?라는 생각으로 두근거려야 하는데, 최근 한 달간의 공부는 이걸 면접에서 물어볼까?라는 마음으로 주제를 선택했으니 재미있을리가 만무하다.

그래도 어릴 적 어른들이 이야기했던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 수는 없다는 말처럼 필자가 면접에 합격하기 위해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필자는 일을 재미있게 하고 싶어서 개발자라는 직업을 선택했는데, 현실적인 상황 때문에 재미없게 공부를 하고 있는 이 상황에 대해서 괴리감과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

사실 지금까지 필자는 별 생각없이 회사를 선택해왔었다. 재밌게만 일할 수 있으면 됐지, 어디서 일하느냐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식으로 직장을 고르다보니까 스스로 좀 더 많은 권한을 부여받고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작은 규모의 스타트업을 주로 다니게 되었다.

그러나 최근 주변에 있는 많은 개발자분들이 작은 곳도 경험해보고 큰 곳도 경험해봐라라는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조금 더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성장하라는 의미인 것이다. 그런 이유로 이번에는 지금까지 다녔던 직장보다는 조금 더 규모가 있는 곳을 목표로 잡고 있다.

그러나 큰 회사들의 경우, 채용 과정과 원하는 인재상까지 필자가 지금까지 다녔던 규모의 회사들과는 조금 다르다.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의 경우 말 그대로 일당백의 당장 일할 수 있는 개발자가 필요하다. 만들어야하는 프로덕트는 산더미같은데 리소스는 늘 부족하다보니 한 사람 한 사람이 많은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리소스가 부족하다보니 누군가를 체계적으로 교육하거나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여유도 큰 회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에 반해 큰 회사들은 당장 입사해서 일할 수 있는 개발자를 급하게 찾는 입장은 아니다. 물론 어떤 회사던지 개발자라는 자원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기 때문에 계속 채용을 하기는 하지만,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에 비교해봤을 때 당장 일할 사람이 부족해서 허덕이고 있는 정도의 상황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시스템의 규모 또한 해당 개발팀의 규모에 비례해서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이미 많은 개발자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의 시스템은 크기도 방대하고 구조도 복잡한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규모가 큰 곳일수록 특정 프레임워크에 익숙한지 물어보기보다는 니가 이걸 진짜 제대로 알고 쓰는거니?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컴퓨터 사이언스나 사용하는 언어에 대한 기초를 깊게 물어보는 것이다.

필자도 당연히 이런 사실들을 알고는 있었지만, 한국에 돌아오고 처음 면접을 볼 때까지만 해도 솔직히 별 걱정이 없었다. 그냥 붙으면 다니고 아니면 다른 데 가지 뭐 정도의 마음이었던 것 같다. 실제로 첫 면접에 떨어진 직후에는 불안한 마음이고 뭐고 멘탈에 별 타격이 없었다.

그래도 면접에 떨어졌으니 필자가 현재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고, 당연히 이 부분을 보완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게 되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공부를 하면 할수록 뭔가 마음이 싱숭생숭해지기 시작했다.

얼마 전 SNS에서 여친이랑 헤어진 남자의 심리 변화라는 짤을 본 적이 있다. 여친이랑 헤어진 직후는 후련하고 자유로운 기분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리운 감정이 커지게되고 후회한다는 그런 내용이었다. 뭔가 그런 느낌이랄까.

공부를 하면 할수록 면접장에서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던 상황들이 계속 떠올랐고, 뒤늦은 부끄러움과 후회가 밀려온 것이다. 그와 동시에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도 들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름 컴퓨터 사이언스에 대해서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학교에서도 이미 한 번씩 배운 내용들이고, 나름 이것저것 분석해보면서 쌓은 지식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막상 면접장에 들어서고나서 GC에 대해서 설명해주세요와 같은 질문을 들으면 머리가 하얘졌다. 이런 질문을 들을 때 마다 필자의 머릿 속에는 수많은 개념들과 그림들이 동시에 떠올랐지만 정작 이걸 말로 정리해서 말하지 못했다. 즉, 제대로 알고 있지 않은 것이다.

이런 경험을 몇 번 하고나니 지금까지 내가 알고있다고 생각했던 지식들이 사실은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닿게 되었고, 지금까지 헛공부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 다른 개발자들에 비해서 내가 뒤쳐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스물스물 피어나게 되었다.

주목당하는 게 부담스럽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글을 작성하고 있는 바로 이 블로그도 필자의 불안감의 요인 중 하나이다. 정확히 말하면 불안정한 필자의 심리 상태에 불을 붙혀서 불안감을 증폭시킨 요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지금까지 필자는 포스팅을 적고 다른 사람들과 내 지식과 생각을 공유하기 위한 목적으로 약간의 홍보를 통해 포스팅을 공유해왔다. 그러다보니 필자의 글을 재밌게 읽어주신 분들이 포스팅 잘 읽었다, 좋은 정보 공유 감사하다 정도의 말씀을 해주시는 경우가 생기게 되었는데, 이때까지는 내 지식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그냥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최근 오프라인에서 필자를 알아보는 사람이 나타나는 경험을 몇 번 겪으면서 약간의 부담감이 스물스물 피어나게 되었다. (이럴거라고는 진짜 상상도 못 했다)

이 감정이 최대로 증폭되는 경우는 바로 면접관이 평소에 블로그 잘 보고 있어요라고 하는 경우인데, 이때의 당혹감과 부담감이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긴장을 안하고 있다가도 한 순간에 긴장하게 만들어버리는 마법의 단어인 것 같다.

그냥 사람들이 알아보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뜻은 아니다. 사람들이 필자를 알아보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이 사람들이 날 어떻게 생각할까?를 신경쓰기 시작했다는 것이 문제다.

사실 필자가 블로그 포스팅을 작성하는 이유는 필자의 지식을 타인에게 공유하고 싶다는 목적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공부한 내용을 정리하려는 목적이 크다. 자신의 지식을 글로 정리하는 과정에서 공부의 효율성을 높히고 기억에 오래 남는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엄청 뛰어난 기억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상, 몇 번 공부한 내용이라고 한들 실제로 그 지식을 사용하지않고 오랜 기간이 지난다면 기억에서 점점 잊혀지기 마련이다. 결국 뭐가 되었든 공부의 기본은 반복 학습이고, 한 번 포스팅을 작성했다고 해서 그 지식이 온전히 필자의 것이 되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그런 이유 때문에 필자는 계속 스스로 과거에 작성했던 포스팅을 읽어보면서 되새김질하기도 한다.

그러나 글을 읽는 독자 입장에서는 포스팅을 작성한 사람이 이 지식을 완벽하게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필자만 해도 다른 개발자 분들의 블로그 포스팅을 읽어보면서 막연하게 블로그 포스팅을 잘 쓰는 사람과 실력이 좋은 사람을 동일시했었다. 이 내용에 대해서 빠삭하게 잘 아니까 이렇게 글도 잘 쓰겠지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글을 잘 쓰고 정리를 잘 한다는 것이 필자의 프로그래밍 실력이 좋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독자들이 생각하고 기대하는 것보다 필자의 실력이 만족스럽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필자가 느끼는 부담감은 이런 상황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다른 사람이 에반님 그때 정리해주신 그 내용 말이에요~라고 운을 떼는 순간, 이거 대답 못하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들 게 된다. 특히 그 사람이 면접관이라면 더 그렇다.

또한 간혹 고수, 존경과 같은 과분한 말을 해주시는 경우도 있는데, 애초에 필자는 고수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존경받을 만한 사람은 더더욱 아닌, 그저 일개 4년차 꼬꼬마 개발자이기 때문에 감사한 마음과 동시에 약간의 부담감이 생기기도 햇다.

그래서 이런 상황들을 겪을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 내 실력은 3 정도 밖에 안 되는데, 사람들이 내 실력을 6이나 7 정도로 생각하면 어떡하지?
  • 내가 쓴 포스팅에 대한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면 어떡하지?
  • 난 존경받을만한 사람도 아니고 고수도 아닌데… 내가 이런 말을 들을 자격이 되는건가…?

그런 이유로 언젠가부터 점점 사람들이 생각하는 나라는 껍데기를 만들어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스물스물 피어나기 시작했고, 그 와중에 면접에서 거하게 털리면서 이 불안감 또한 함께 증폭된 것이다.

결국은 마인드의 문제다

사실 이런 불안한 마음들은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생길 수 있는 마음이다. 그러나 이런 감정들은 막연하게 불안하다 정도의 느낌이라서, 명확하게 무엇 때문에 내가 불안하다라는 생각까지는 평소에 잘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이 불안한 이유를 확실히 파악하지 못하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래서 필자는 불안함의 원인에 대해서 리스트업을 하면서 이 문제들과 정면으로 마주한 것이다.

필자는 스스로 불안감의 요인에 대한 원인을 정리하고 리스트업하면서, 자연스럽게 이 문제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고 답변하는 과정을 통해 나름의 해결 방법들을 정의할 수 있었다.

동기 부여를 확실히 하자

앞서 이야기했듯이 필자가 컴퓨터 사이언스 기초 공부를 하며 재미없다고 느끼게 된 이유는 하기 싫어도 해야한다라는 마음 때문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면접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필자의 약점을 보완해야하니 말이다.

그러나 이번 한 번만 공부하고 말 것이 아니라면 이런 식의 동기 부여는 좋지 않다. 외압에 의한 동기 부여는 잠깐 동안 스스로를 몰아 세우며 빠르게 성장할 수는 있어도, 지속적인 성장에는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

사실 근본적으로 생각해보면 대학생 때나 지금이나 공부하고 있는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때는 기초 공부가 재미있었고 지금은 아니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당시에는 내가 이걸 공부함으로써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이 동기가 되었지만, 지금은 면접에 붙어야한다는 사실이 동기가 되었기 때문에 같은 것을 공부해도 상당히 다른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성장에 초점을 맞춰 보려고 한다. 비록 빡센 기초 공부의 시작은 면접 때문이었을지 몰라도, 결과적으로는 필자가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면접은 그냥 면접일 뿐

사실 기껏해야 한 두시간의 짧은 면접 시간 동안 한 사람의 역량을 오롯히 파악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회사는 1차 기술, 2차 임원 등으로 면접 전형을 나눠서 평가하고 있지만, 이렇게 하더라도 컴퓨터 사이언스라는 학문의 범위가 너무 넓기 때문에 진짜 그 사람의 모든 강점과 약점을 파악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회사든 구직자든 면접 한번 보자고 서로 며칠 씩이나 붙어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최대한 짧은 시간 안에 객관적이고 효율적으로 실력을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이나 질문을 통해 구직자를 평가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당연히 이러한 사실은 회사도 알고 있기 때문에 면접관 스스로 혹은 회사의 가이드대로 어느 정도 객관성을 띄고 있는 질문을 준비하기는 하지만, 이 질문이 구직자의 강점이나 약점을 얼마나 캐낼 수 있는지는 며느리도 모르는 일이다.

그 말인 즉슨, 면접의 평가 결과는 어느 정도 단편성을 지니고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허지만 면접 과정에서 구직자가 면접관이 물어본 질문에 대답을 못했을 경우, 그 질문이 구직자의 약점을 관통했다는 것 자체는 물론 사실이다. 그래서 필자도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던 내용을 정리하고 공부했던 것이다.

그러나 약점이 존재한다는 것이 실력없고 형편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약점은 보완하면 되는 것이고, 면접은 무슨 수능처럼 1년에 한 번만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다음 기회에 다시 도전하면 된다.

필자의 보컬 선생님 말을 빌리자면, 오히려 그런 기회를 통해 자신의 약점을 발견할 수 있음에 감사하라고 한다. 이런 기회조차 없는 상황이라면 오히려 더 성장하기 힘들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이게 그저 정신승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스스로 건강한 마음을 가질 수 있어야만 꾸준한 도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런 식의 멘탈 케어는 개인의 성장이나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면접에 떨어졌다는 것이 아니라, 면접을 통해 자신의 약점을 발견하고 올바른 동기 부여를 통해 꾸준한 공부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을 확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블로그는 그냥 꾸준히 쓰자

필자는 애초에 자기 자신에게 후한 평가를 주는 성격은 아니다. 그냥 이건 필자 본연의 성격이기 때문에 개발자가 아니라 그냥 한 명의 인간으로써도 그렇다. 그래서 필자의 글을 읽은 분들이 칭찬과 격려의 의미로 해주시는 말들도 잘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 같다. (칭찬을 잘 안 받아들이는 타입이다)

사실 앞서 이야기했던 두 가지 케이스는 나름 혼자 생각해보면서 결론을 내렸지만, 이 문제만은 아직 명확한 결론을 내지 못한 상태이다. 그냥 다들 큰 의미없이 좋은 뜻으로 하는 말이니까 듣고 흘리라는 조언도 듣긴 했지만, 성격이 성격인지라 그러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블로그 작성을 그만 둘거냐면 그것도 아니다. 블로그 포스팅 작성은 공부와 공유의 목적도 있지만 그 전에 필자의 취미 생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포스팅은 꾸준히 쓰되 홍보를 하지말까라는 생각도 했었지만, 뭔가 명확한 결론이 나기 전까지는 그냥 하던대로 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실 이건 필자 스스로 느끼는 부담감이고, 이것 외에는 블로그 포스팅 작성이 필자에게 득이 되었으면 되었지 실이 될 만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저런 생각보다는 글쓰기라는 행위 자체에만 집중하려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아무 생각없이 일단 글을 쓰고 있다.

그리고 이런 이유 때문에 생기는 불안한 마음은 필자가 꾸준히 공부해서 점점 성장하고 자신감이 많이 붙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흐려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과정 또한 필자가 성장하는 과정이고 컴포트 존을 벗어날 수 있는 좋은 기회일테니, 정면으로 부딫혀서 극복해봐야 하는 것 아닐까싶다.

일단 지금은 그냥 필자에게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꾸준히 글이나 끄적이는 게 최선인 것 같다.

마치며

이번 포스팅은 어떻게 보면 실로 오랜만에 적어본, 남들을 위한 글이 아닌 나를 위한 글이었다. 글을 적으면서 생각을 정리하다보니 불안했던 마음도 어느 정도 사그러드는듯 하다.

비단 필자 뿐만 아니라, 필자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감정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 안하고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사는 백수 생활이라는 것이 물론 편하긴 하지만 그에 따른 부담감과 불안함도 당연히 따라오는 것이니 말이다.

게다가 이런 상태에서 발생한 불안감은 사소한 일상의 좌절만으로도 쉽게 증폭되기 때문에, 더욱 더 이런 멘탈 관리가 중요한 것 같다.

그래도 이렇게 글로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필자가 왜 불안한 마음이 드는 지 확실히 알 수 있었고, 이에 따른 나름의 해결책 또한 정의해볼 수 있었다. 이런 게 바로 글이 가진 매력이 아닐까.

물론 완전히 떨쳐내지는 못할 것이다. 사람인 이상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하며 불안한 감정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니까.

하지만 막연하게 불안함에 떨고 쫓기면서 하기 싫은 공부를 억지로 하거나 부담감을 가지고 포스팅을 작성하는 상황보다는 내가 이 공부를 함으로써 어떤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을 지 확실히 인지하고, 내가 작성한 글들이 타인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거란 믿음을 가지는 것이 훨씬 건강한 마인드라는 것은 자명하다.

면접 떨어진 건 아쉽긴 하지만, 부족한 실력은 공부해서 채우면 된다. 어차피 백수니까 공부할 시간도 남아돈다. 사실 이 시간 또한 언젠가 다시 직장인이 되면 그리워질 시간일테니, 최대한 마음 편하게 즐겨보려고 한다.

이렇게 불안한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글쓰기라는 취미 생활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어찌보면 행복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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